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埼玉

빨래 2008년 초 겨울, 레오팔레스의 건조함을 해소하고자 방에 널어두었던 보라의 저 수건마저 그립다. "왜 울고 있어? 씩씩해져야지", 하고 수건에게 말 거는 양조위가 나오는 〈중경삼림〉을 일본에서 처음 보았고, 그 이후로 한국에 돌아와서 딱 한 번 더 보았다. 조만간 나도 저러진 않을까, 걱정. 그리고 내가 그리하고 있지 않을까, 그대가 걱정했으면 하는 이기심도 살짝. 그래도 난 괜찮을 것 같다. 조금은 바보 같고 우습기도 하지만, 사람은 추억에게서도 충분히 살아갈 힘과 버틸 힘을 얻는다. 더보기
크리스피크림도넛 내가 일본에 있을 때만 해도 일본에는 크리스피 매장이 전국에 총 4개밖에 없었다. 도쿄에 두 곳, 사이타마에 하나, 나머지 한 곳은 어디였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일본에서 줄 서서 기다렸다 겨우겨우 도넛을 사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여자는 기다림을 먹고 산다는데, 나는 추억만을 수억 번 되새김질 하고 있다. 더보기
고향 내게 있어 제2의 고향. 언젠가 네 손 꼭 붙잡고 걷고 싶어. 내 고향을 네게도 보여주고 싶어. 같이 가자. 지금도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그 길들. 지도를 읽다보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동네길, 그 냄새, 소리들. 그 길 위에서 내가 친구와 주고받던 농담들, 출근길 들었던 노래. 매일밤 타던 그네. 지금은 전혀 모르는 누군가의 집이 되었을, 나의 집까지도 할 수만 있다면 네게 전부 보여주고 싶어. 더보기
딸기 일본에서 살던 시절 이야기. 딸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큰 맘 먹고 구입. 그런데 막상 사놓고 보니 좀처럼 잘 안 먹게 되어서 일부러 먹기 위해 요구르트와 콘플레이크, 초콜릿 맛 칼로리 밸런스를 곁들여 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 시절이 갑자기 떠올라서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요구르트를 사왔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 중엔 덴마크 요구르트 플레인이 그나마 덜 걸죽한데 이건 이마트에 가지 않으면 살 수 없어서 이래저래 싸게 팔고 있는 퓨어를 처음 사서 해 먹어보았는데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딸기를 씻으면서 딸기를 너무 많이 주워먹어서 배가 불러서 혼났다. 일본 생각이 많이 나는 밤. 더보기
그런 거 그런 게 있다. 그때가 아니라 지금이어야 하는데, 와 같은 아쉬움, 미련. 지금이라면 더 재밌게 보낼 수 있을 텐데, 지금이라면 더 신나게 지낼 수 있을 텐데와 같은 그런 것들. 나의 지금은 그것들이 축적된 결과일 텐데, 그것들이 없으면 나의 지금도 없을 텐데 그래도 지금이라면, 하는 마음은 언제나 항상 든다. 지금이라면 난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언제나 그리운 우리 동네. 사이타마 현 가와구치 시 혼쵸 잇쵸메. 더보기
도쿄.東京.Tokyo. 사이타마와 도쿄의 경계, 아라카와. 더보기
행복했던 순간 나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해. 휴일. 옥수수 수프를 전자렌지에 덥히고, 며칠 전 사온 도넛을 살짝 데워놓고 막 먹으려던 찰나 '철컹'거리던 우체통 소리. 어떤 광고지일까 궁금해하며 나가본 현관에는 네게서 온 편지. 기뻐서 울어본 적 그때 말고도 꽤 있었겠지만, 난 정말 그때만큼 기뻤던 날이 없었던 것 같아. 일본에 있던 나날들 중 그 어떤 날들보다도 행복했던 날이었어. 편지를 읽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네게 답장을 썼었지. 지금은 뭐라고 썼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마 그때 나의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을 거야. 너 내 편지를 읽으면서 느꼈을까, 그날의 내 기분. 아직도 너를 나의 소울 메이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너의 무심함조차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 더보기
잘 익은 필름 카메라 안에서 필름이 잘 익었다. 아니, 너무 익어버린 걸까? 1년여 만에 토이 카메라에서 필름을 뺐다. 필름이 들어있던 카메라가 토이 카메라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유럽과 일본을 다니면서 X선을 많이 통과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애초에 2007년에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사둔 필름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고. 여하튼 덕분에 나의 일본에서의 추억이 훨씬 더 오래전 일인 것만 같아서, 사진의 색처럼 나의 기분도 묘해졌다. 더보기
마지막 광경 내가 일본이란 섬나라에서 살았던 8개월 중 5개월간 살았던 집에서의 마지막 풍경. 그곳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8개월이란 시간을 함께 한 친구는 돌아가는 것만큼은 함께 하지 못 하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먼저 한국으로 떠난 상태였다. 그래서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집은 나 혼자만의 집이었다. 갖고 있는 짐이라곤 캐리어와 노트북과 저 백팩이 전부였던 상태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완연한 나 혼자만의 집, 내 공간이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다시는 오지 않을, 다시는 없을, 이제 곧 한국에 돌아온 지 1년이 된다. 저 풍경이 벌써 1년 전의 것이라니, 아아. 더보기
風になる 四つめの誘い断る日曜日なんにもしない私の時間 네번째 데이트 신청을 거절한 일요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의 시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