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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초록은 동색 더보기
A가 X에게: 편지로 씌어진 소설 부재가 무라고 믿는 것보다 더 큰 실수는 없을 거예요. 그 둘 사이의 차이는 시간에 관한 문제죠. (거기에 대해선 그들도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무는 처음부터 없던 것이고, 부재란 있다가 없어진 거예요. 가끔씩 그 둘을 혼동하기 쉽고, 거기서 슬픔이 생기는 거죠. 당신의 아이다 존 버거(2009), 김현우 옮김, A가 X에게: 편지로 씌어진 소설, 열화당. 더보기
의자 #1 의자는 늘 기다리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의 기다림에는 초조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의자의 그런 의연함이 부럽다. 누가 와 앉았다 쉬어가도 그만, 오지 않아도 그만인 그 태도. #3 수많은 사람들의 엉덩이가 훑고 간 의자 위에 내 엉덩이를 얹는다. 의자는 어떤 엉덩이든 차별 없이 받아준다. 의자는 지위를 나타내기도 한다지만 이 만큼 관대한 것이 어디에 또 있을까. #4 집에 의자를 갖다 놓고 싶다.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고 싶다. 햇살이 들이치는 큰 창이 있는 집이었음 좋겠다. 그 앞에 흔들의자 가져다 놓고 책을 읽다 단잠에 빠지고 싶다. 더보기
소설 속의 인물에게 반하는 일은 늘 발생하는 일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에 등장하는 요조, 헤르만 헤세의 작품《데미안》의 싱클레어와 데미안,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아, 정말 나는 조르바가 좋다), 그리고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에 나오는 니나 부슈만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J. D. 샐린저의 경우에는 우스꽝스럽게도? 아니, 너무나 온당하게도! 그의 글을 좋아한다.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닌, 문장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아니다. 그의 재치라고 말하는 게 좀 더 정확하고 옳은 표현인 것 같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이 매력적이지 않은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아홉 가지 이야기》에 나오는 J. D. 샐린저의 재치가 훨씬 더 마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