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해동

from 뒷골목의 고양이 2011.04.22 09:55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의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다가 그 시절 내가 있었던 시공간들이 네모난 프레임 안에 냉동되어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냉동해둔 추억들이 내 시선이 머무는 순간 동안 해동되는 것 같았어요.

  "추억은 해동하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몰라."

  사람은 몇 가지 행복한 추억만으로 살아갈 수 있단 생각을 요즘따라 자주 해요. 함께 같은 물리적 시간을 보내더라도 기억은 다르게 적힌다죠. 예전의 난 그 사실에 매우 좌절하고 슬퍼했었어요. 우리 이렇게 좋았던 날을 왜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나는 왜 당신이 말하는 지난 일이 기억나지 않는 걸까.
  그러다 문득,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을 당신이 기억하고 있고, 또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을 내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어요.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있는 거예요. 물론, 서로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아무렴 어때요. 분명 그때 우린 함께였을 텐데.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을까요.
  나는 몇몇 당신과의 보낸 행복한 추억만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분명, 그 추억들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테니까요.


  제 사진에 담긴 제 추억 속의 공기와 온도, 수많은 감정들과 복잡하고도 단순한 관계, 어떤 사실과 거짓, 그리고 온 우주에게 감사드립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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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我立 2011.04.22 10:1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가끔 사진만이 내가 그곳에 존재했었음, 을 말해주기도 한다.

  2. hope. 2011.04.22 11:2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전 요새 추억을 간직한다는게 괴로운 일인 것 같아요..

    • 我立 2011.04.22 16:3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토닥토닥,

      한때는 사진을 의무감으로 찍는 것 같아서 괴로워했던 적이 있어요.
      또, 남겨둔 추억들이 제 발목을 붙들까봐 두려워한 적도 있었죠.
      하지만, 전 분명히 그리워할 것을 알아요.
      그러니까 몇몇의 행복한 기억마저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기록하고 새겨두는 것 같아요.
      행복한 기억도 언젠가 아픈 기억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걸 두려워한다면 제겐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을 것 같아서요.

      그러니, 너무 괴로워 말았으면 해요.
      블로그, 닫혀 있는 거 보고 마음 아팠어요.
      토닥토닥, 얼른 일어나요:-)

  3. 친절한민수씨 2011.04.22 18: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추억을 담기위해 전 사진 찍어요 ...ㅋ
    즐거운 주말되세요 ㅋ 멋진 사진도 기대할꼐요 ㅋ

  4. 솜다리™ 2011.04.23 10:0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사진..시간이 지나서보면 또다른 느낌이죠..^^
    저도 한번씩 그기분 느껴봅니다~

  5. 유니~ 2011.04.23 14:1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사진 보며 고민. 여긴 어딘데 내가 아는 거지..-_-;
    아사히 인가요...?

    한동안 카메라와 수첩, 등등을 멀리 한 채로 거닐어 보는 것도 꽤 도움이 되더군요.
    가끔씩 옛 기억을 꺼내어 보는 것 만큼이나..:)

  6. 한나 2011.04.25 22:4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쩜이리예쁠꼬
    난 너글이 너무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