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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될래

여행



  지난 밤, 당신과 함께 여행을 가는 꿈을 꾸었어요. 우리의 여행은 절대 계획적이지 않았고, 치밀하지 않았죠. 오히려 충동에 휩싸여 떠나게 된 여행이었어요.

  아무런 계획 없이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고 정말이지 갈아입을 속옷조차 챙기지 않은 우리의 캐리어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우리가 무얼 챙겼었는지 지금은 또렷히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의 여행에 그러한 것들이 필수적이지 않음을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어요. 우리의 여행에 필요한 것은 갈아입을 속옷이나 옷가지, 세면도구, 가이드북 같은 게 아니에요. 오롯한 '우리'만이 필요하죠. 우리가 함께 그곳으로 떠나려는 마음이면 충분해요.
  나는 공항에 도착해서야 여권을 떠올렸지만 다행히도 여권은 내 백팩 속에 고이 담겨 있었어요.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무사히 출발했을까요? 그곳으로 우리가 '함께' 여행을 떠났을까요? 공항 셔틀버스 안에 있는 우리의 모습이 내 꿈의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어쩌면 우리는 이미 꽤 오래전부터 '우리'의 여행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티켓은 오픈 티켓이었으니까, 이 여행이 언제 끝나게 될지는 분명 우리만이 알고 있겠죠. 난 앞으로도 이 여행을 계속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