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샐러드 기념일

Birthday

  한 사람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념일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삶이 시작된 날, 바로 그 사람이 태어난 날이 아닐까. 죽는 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날은 그 사람의 삶이 끝나는 날이기에 살면서 당사자가 그날을 챙길 수도 없을 뿐더러, 챙김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건 그가 죽고 나서의 일이 된다. 그러니, 생일이야말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기념일일 수밖에.

  어제, 그러니까 10월 5일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딱 25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구 위에서 반세기의 반을 산 것이다. 내가 태어난 지 딱 25년이 되는 2010년 10월 5일 아침 8시 45분에 나는 건물 사이에 생긴 내 다리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중경삼림〉의 금성무는 만으로 스물다섯이 되던 시각, 임청하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은 것만으로 그 여자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했는데 그럼 나는, 그 시각의 내 다리의 그림자를 잊지 못하게 될까.

  이번 생일에는 내가 기억하는 한, 태어나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생일이라는 이유로 소원해진 친구들, 살아는 있나 싶을 정도로 연락이 없는 친구들도 축하를 해주었다. 마음이 정말 따뜻해졌다. 고마운 사람들. 반세기의 반, 잘 살았다 싶었다.

  나야카페에서 사과파마산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25,000원. 내 생일 케이크를 내 돈 주고 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내 생일은 특별한 생일이었던 것 같다.

+Special thanks to 지선 언니, 호지수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