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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될래

걸어두고 왔다


  그때 나는 뭐가 그리도 힘들었던 것일까. 널 기다리는 건 늘상 해오던 일이었는데. 모든 걸 평소 신지 않던 힐 탓으로 돌리기엔 무언가 많이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널 만나러 가는 길. 서교동 뒷골목에서 마주친 이 광경. 누가 저기에 옷걸이를 매달아 놓았을까. 그때 나는 저 옷걸이에 나를 걸어두고 싶었다. 피곤함에 지쳐 있는 나, 어딘가 무기력한 나, 너덜너덜해진 나를, 나는 저 옷걸이에 걸어두고 오고 싶었다.

  ―4분의 1초가 들려주는 이야기. 이 사진을 볼 때면 그때의 감정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