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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대칭의 나

농도 짙은 밤


  지나친 늦잠 덕에 잠못 이루는 밤, John Mayer를 들으며 밀린 2009년의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쓰다가 문득 떠오른 옛사람에게 연락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물밀 듯 찾아온다. 하지만 연락할 수가 없다. 그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날 리가 없다. 외우지 않았다. 심지어 외우려 하지도 않았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나에게도 언젠가 네게 상처받게 되거나 상처주는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말해도, 생각해도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러니까 더더욱 나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하게 될 후회라면 무엇이든 하고 후회하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그게 낫다는 걸 이제는 아니까.
  가끔 아니, 늘 생각해. 사랑이라고 말하면 우스운 듯해도 이게 사랑이 아니면 어떤 게 사랑일 수 있을까, 하고. 꼭 목숨을 바쳐야만 할까. 꼭 모든 걸 공유해야 할까. 사람이 다 다르듯, 그 사람들이 하는 사랑도 다 다를 거라 생각해. 난 언제나 그렇듯,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나만의 방식으로 사랑에 대해 정의 내리고 그 정의에 맞는 사랑을 할거야. 내 방식이 '틀린' 게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일 뿐이야.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을 하는 건 그저 '각자'가 하는 거지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내게 말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어. 그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사랑에 대한 정의이고 사랑의 방식이니까. 하지만 어쩐지 너는 이런 내 맘을 절절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을까, 너도 나와 비슷한 사랑에 대한 정의를 갖고 있고,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연한 커피를 마시며 하는 농도 짙은 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