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해.
휴일. 옥수수 수프를 전자렌지에 덥히고, 며칠 전 사온 도넛을 살짝 데워놓고 막 먹으려던 찰나 '철컹'거리던 우체통 소리. 어떤 광고지일까 궁금해하며 나가본 현관에는 네게서 온 편지.
기뻐서 울어본 적 그때 말고도 꽤 있었겠지만, 난 정말 그때만큼 기뻤던 날이 없었던 것 같아. 일본에 있던 나날들 중 그 어떤 날들보다도 행복했던 날이었어.
편지를 읽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네게 답장을 썼었지. 지금은 뭐라고 썼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마 그때 나의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을 거야. 너 내 편지를 읽으면서 느꼈을까, 그날의 내 기분.
아직도 너를 나의 소울 메이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너의 무심함조차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늘 기다려왔다고, 지금도 기다린다고 말한다면_
사실 난 그냥 그날의 행복함 때문에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