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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아메리카노

제닥 빙수








  작년 여름에는 제닥에서 빙수를 늦게 시작했었다. 누군가의 맛있다는 말에 먹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 때엔 바빴고, 같이 먹을 사람이 없었고(2인분이니까),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퇴원을 하고 제닥 빙수의 끝물이던 9월 말에 그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닥 빙수를 먹었다. 사실 지금은 그때 먹은 제닥 빙수의 맛 같은 건 기억도 나지 않지만 행복했던 것 같다. 퇴원을 했고, 그렇게 여름 내내 노래하던 제닥 빙수를 시즌이 끝나기 전에 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선생님이 퇴원 기념이라고 돈을 덜 받으셨던 것도 같다.
  어쨌든 올해는 6월부터 제닥에서 빙수를 시작했다. 지금 이 사진은 올 들어 세 번째 먹었던 빙수의 사진. 7월에만 세 번 제닥에 갔고, 갈 때마다 나는 빙수를 시켰다. 시즌 메뉴니까, 여름에 잔뜩 먹어둬야 한다(웃음).


  어떤 음식을 먹을 때에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참 마음 따뜻해지는 일이다. 좋아하는 카페, 그 공간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 함께 먹은 음식, 함께 들은 노래.
  제닥 빙수, 하면 나는 제일 먼저 그 사람이 생각나고(함께 빙수를 먹은 적도 없는데,) 그리고 홍대 인근에 집을 구하기 위해 집을 보러 다니다가 공인중개사와 헤어지고 제닥에 들려 혼자서 빙수를 먹으려고 했는데 빙수가 2인분이라고 해서 낭패를 본 날이 생각나고, 포클 번개에서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도(다른 분이 시킨 것이지만,) 끝까지 버티고 안 먹었던 일도 생각나고 그리고 퇴원을 하고 그렇게 고대하던 제닥 빙수를 처음 먹었던 날도 생각난다.
  이렇게 특정한 음식과 얽힌 소중한 기억들은 그 음식을 먹을 때면 늘 떠오른다. 나는 훗날에도 이 기억들을 추억이라 부르며 얼굴에 미소를 띠고 회상할 수 있을까. 늘 말해왔지만, 추억은 기억이 될 때가 무섭다. 이 모든 날들이 오로지 나만의 것이 되는 순간들이 내게도 찾아올까.

  우습게도 음식 사진을 바라보며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아, 제닥 빙수 또 먹으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