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기념일보다는 그들에게 없는 기념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이를 테면 샐러드 기념일 같은:-)
내가 언제 그대에게 갔는지, 그대가 언제 내게 왔는지도 모른 채, 언제부턴가 함께 걷고 있는 우리. 뚜렷한 목적지가 없을지라도 나는 앞으로도 많은 기념일을 당신과 함께 만들고 싶어요.
이 사진을 찍었던 날도 매우 특별한 날이었어요. 나는 그날을 위해 시간을 비어두었고, 그대에게 편지를 썼어요. 편지를 쓰는 동안 지난 시간을 반추하면서 난 참 행복했어요. 둘이서만 갔던 호안, 호안 언니들이 만든 늬에게. 그곳에서 우리가 함께한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내게 올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는 게 너무나 좋았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기념일을 챙기는구나, 생각하기도 했고.
원래 쓰려고 했던 말은 하나도 쓰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해왔던 말을 잊어버리고, 결국 그날의 흥에 겨워 편지를 써 내려갔죠.
오늘로부터 열다섯 밤 후에 찾아올 당신께 내 마음 전했던 1년 전 그날도 내겐 너무나 소중한 기념일이에요. 나는 용기를 내었고, 그댄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던 그날을 나는 기억해요. 내가 묻는 말에 가타부타 확실한 대답 없이 그저 웃기만 했던 당신이 얄미웠지만, 그 얄미움보다도 당신이 더 좋았어요.
한 가지 놀라운 건, 말하지 않으면 폭발해 산산조각 날 것만 같아서 입밖으로 끄집어낸 내 감정이 그때로부터 1년 정도가 지난 지금, 훨씬 더 커져 있다는 거예요. 풍선처럼 내 안에서 점점 커지다가 폭발해버릴 것 같았는데, 내 마음은 탄력성이 엄청 좋은 걸까요(웃음)? 말하면 퓨슈슉, 꺼질 거라 기대했던 마음도 약간은 있었지만 내 감정은 그때 이후로도 오히려 터지지 않고 자꾸 커졌고, 지금도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은 때론 너무나 두려운 일이에요. 어느 한계점 없이 무한대로 커지는 감정이 혹여 내게도 그리고 그대에게도 짐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니까. 나는 그게 싫어서, 그래서 그때 그렇게 말했던 걸지도 몰라요. 이대로도 상관없다고. 하지만 지금에서야 비로소 생각해요. 우리의 감정에 한계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밸런스는 어떻게든 맞춰지니까. 내가 크든 그대가 크든, 혹은 같든. 사랑은 시소와 같은 거라고, 일단 같이 타는 게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으니까.
1년 전 그때, 난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했던 것 같은데 아니었을까. 올해는 어떨까요? 나는 작년보다 더 잘하고 싶어요.
처음은 언제나 설레죠. 낯선 풍경, 낯선 사람, 낯선 이미지들은 사람을 떨리게 해요. 하지만 오래된 사람에게서도 설렘과 떨림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언제나 나를 긴장하게 하는 당신이 나는 좋아요. 안 지도 이제 제법 되었는데 나는 아직도 당신이 가끔은 낯설고 어색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당신과 있으면 처음이 아닌 것들도 다 처음이에요. 분명 둘이 함께 했던 거라도 1년 전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달라요. 그때보다 더 당신이 좋은 나니까.
점점 부풀어가는 감정 속에서, 그래도 서로 부담스러울 정도로 너무 커지지 않도록 가끔 구멍 뚫어주면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