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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대칭의 나

공간





  처음 내 방이 생겼을 때를 기억한다. 그땐 동생이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다. 내 방이 있었지만 난 늘 안방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잤고 동생이 태어나고서도 한동안, 아니 쭈욱 안방에서 자곤 했었다. 내 방이라고 명명된 그곳은 책상과 책꽂이, 옷장만 내 것이었지 거의 창고와 다름 없었다. 그곳엔 찻장이 있고 빨래 건조대가 있었다.
  이사를 하고 동생 방과 내 방이 따로 생겼을 때도 난 주로 거실에서 잤다. 내 방은 컴퓨터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는 공간에 불과했다. 동생은 꼬박꼬박 걔 방에서 잘도 자는데 나는 내 방에서 잘 수 없었다. 거긴 내 방이 아니었다.
  일본에서 친구와 8개월 남짓을 살았다. 레오팔레스의 로프트는 유용했다. 한 방에 있어도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그곳도 온전한 내 방은 아니었다. 나도 내 친구도 한 번도 서로의 앞에서 옷을 훌렁훌렁 벗은 적이 없었다.
  지금 나는 혼자 산다. 가끔 친구들이 찾아오고, 동생이 다녀가지만 그곳은 내 방이다. 꿈꾸던 집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나는 그곳에서 책도 읽고 컴퓨터도 하고 가끔 요리도 한다. 물론, 잠도 잔다. 그곳은 정말 내 방인 것이다.

  언젠가부터 혼자만의 공간에 집착 혹은 의식을 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삶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결혼하지 않고 싱글로 사는 삶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내 공간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만의 공간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속을 채워나가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나는 내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고 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어렴풋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 입가와 눈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