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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대칭의 나

시간 앞에서





  지금 자신이 하는 일, 혹은 앞으로 자신이 할 일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나는 언제나 확신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언젠가부터 그렇게 되었다. 그럼에도 적어도 내일 죽지 않을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다만, 보다 더 먼 미래를 말하는 것만큼은 너무나 두려워서 소중한 사람들과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지키지 못한 약속을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나 또한 그저 휩쓸려 가고 있을 뿐이다. 지금만 있다. 아니, 내겐 떳떳하지 못한 과거만 있다.

  장담할 수 있는 게 무엇 하나 없는 인생.
  그래서 요절한 작가가 좋고, 오늘만 있는 하루살이가 좋다. 핀 지 오래지 않아 금세 지고 마는 성격 급한 우리의 벚꽃이 사랑받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신념을 바꿀 혹을 신념이 바뀔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짧은 생,
  나는 내가 배설해낸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노력했음에도 지키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어쩌면 나는 생각하는 것을 멈춰야 할지도 모르겠다. 시간 앞에서, 나란 존재는 이토록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