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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秒前の午後

21th July, 2009



  나는 영수증을 모은다.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 했다는 '증거'로써 모으고 싶단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의 내가 영수증을 모으는 이유는 그 '증거'라기보단 밀린 일기를 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2009년 7월 21일에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찍고 언제 찍었다고 적는 타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정 장소에서 찍은 사진도 아닌데 이 사진을 찍은 날짜를 기억할 수 있었던 건 다 영수증 덕분이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건 이날 내가 서점으로 외근을 갔었다는 것. 책 한 권을 사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보였던 그리스 집의 그림자가 너무나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 정도. 일기장을 뒤져 언제 서점에 외근을 갔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언제인지 알 수 없었다. 교보문고로 외근을 갔다는 일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 날짜는 교보문고 사이트가 친절하게 내가 그 책을 언제 샀는지 알려주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 사진이 2009년 7월 21일의 오후 사진이라는 것을 2010년 1월 24일 오전 4시 무렵에야 알았다. 이 '순간'을 기억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내게는 너무나 의미 있는 일이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