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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정표 우리 인생에도 이정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만약 그것이 존재한다면,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테니까. 조금 멀리 돌아서 가더라도 어쨌든 제대로 가고 있다고, 이정표가 말해줄 테니까. 그래도 미지의 길을 걷는 즐거움이 좋아, 그 낯섦이 주는 설렘이 좋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조금은 미련스럽고 바보 같아도. 20070627 @Manchester(England) 더보기
뮌헨의 추억 네덜란드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넘어갔던 날,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잘츠부르크 행 기차를 타고 4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뮌헨. 날은 흐렸고 가고 싶었던 호프브로이에는 가지 못했다. 나는 많은 것들에 짜증이 났다. 생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걸 못 견뎌하던 시절이었다.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려고 할 때쯤, 해가 났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돌아왔다. 눈을 질끈, 감아야만 했다. 기차 연착으로 프랑크푸르트에는 12시가 넘어 도착했다. 그때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뮌헨에서 하룻밤을 자고 왔어야 했다. 우리는, 아니, 나라도 호프브로이에서 맥주를 마시고 왔어야 했다. 20070704 München(Germany) 더보기
Interlaken 인터라켄 동역에서 친구들에게 줄 초콜릿을 샀다. 그것만 기억난다. 난 내가 한 행위를 모두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생각나는 건 내가 했던 행동뿐이다. 이날의 공기가 차가웠는지 무얼 먹었는지도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집에서 유럽여행 때 동반했던 수첩을 챙겨와 읽어보아도 기억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조금은 슬퍼졌다. 다만 이 빨갛고 파란 사진만이 내가 그곳에 있었음을 말해준다. 20070725 @Interlaken Ost in Interlaken(Switzerland) 더보기
우린 늘 함께였지만 밤이면 방의 끝과 끝에서 따로 잠들었다 20070729 @Metro in Paris(France) 더보기
Tour Eiffel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예쁘지 않다. 그저 수천 톤에 달하는 엄청난 거대철탑에 불과하다. 다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주는 낭만 그리고 추억이 있기에 우리는 항상 파리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그때가 그립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때의 우리'가 그립기 때문이라고_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의 우리가 그립기 때문이라고, 30th July, 2007 Tour Eiffel in Paris(France) 더보기
프라하의 오후 뒤늦게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 있다. 평소 찍던 구도에서 벗어나서 찍은 사진들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토이 카메라가 좋은 이유가 또 하나 생겨난다. 까를 교 위, 많은 사람들. 저 멀리 보이는 프라하 성. 어쩐지 아직도 꿈만 같은, 그립고 아련한 프라하에서의 오후. 7th July, 2007 @Karluv most in Prague(Czech) 더보기
기록 다행 중 불행으로 게을러도 기록을 좋아하는 나.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들을 결국 잊고 말았다가도 기록 한 줄에 그 잃어버린 기억들을 소생시킬 수 있음에 어찌나 감사한지. 사진만으로 부족한 것을 글이 채워준다. 그래서 나는 글을 포기할 수 없는 것 같다. 28th June, 2007 @Horse Guards in London(England) 더보기
여행 몇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나는 내게 맞는 스타일의 여행을 찾았다. 같이 가되, 따로 다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버스나 기차, 비행기에 혼자 오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외롭다. 나는 의외로 외로움을 잘 타는 타입이라, 장시간 혼자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여행을 다니는 내내 같이 있는 건 끔찍한 일. 나는 상대 때문에 가기 싫은 곳에 가서 시간을 소비한다거나,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상대에게 강요하고 싶지도 않다. 그날 잠잘 곳만을 정해놓은 채 서로 각자 알아서 다니다가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만나면 그 만큼 반가운 일도 없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커플은 부러웠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부러웠던 것 같다. 10th July, 2007 @Nadrazi Holesovice in Pr.. 더보기
39℃ 피렌체의 온도가 39℃가 될 거라는 말에 우리는 서둘러 피사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기차 안 역시, 몹시 더웠다. 사실, 내게 이탈리아에서의 좋은 추억은 고작해야 몇 없다. 베네치아 리알토 다리 위에서 아경을 바라보며 들었던 누군가의 기타 연주, 배를 타고 들어간 리도섬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 로마 트레비 분수 앞에서 먹었던 젤라또, 피렌체에서 만났던 (아마 술에 취했을 거라 추정되는) 친절한 아저씨, 피렌체에서 밀라노로 가던 기차에서 만난 (아마도 게이일 거라 추정되는) 훈남과 오스트리아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야간열차에서 만나 베네치아, 로마, 피렌체에서 자꾸 마주쳤던 경상도 사나이와 맨유 저지 맨 정도?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 꽤 많아 보이지만 그래도 이탈리아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내 마음에는 .. 더보기
Montmarte 30th July, 2007 @Montmarte in Paris(France)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