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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대칭의 나

고향 내게 있어 제2의 고향. 언젠가 네 손 꼭 붙잡고 걷고 싶어. 내 고향을 네게도 보여주고 싶어. 같이 가자. 지금도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그 길들. 지도를 읽다보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동네길, 그 냄새, 소리들. 그 길 위에서 내가 친구와 주고받던 농담들, 출근길 들었던 노래. 매일밤 타던 그네. 지금은 전혀 모르는 누군가의 집이 되었을, 나의 집까지도 할 수만 있다면 네게 전부 보여주고 싶어. 더보기
인형이 다 차지하고 있는 침대, 나만 아는 기념일로 가득한 달력, 방임되고 있는 나의 물건들과 유기된 나_ 허나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공간. 더보기
욕심 광각을 좋아하는 건 내가 욕심이 많아서일까, 가끔 생각한다. 잘라내는 걸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런 게 나지. 그리고 이래야 내 사진이지, 웃고 만다. 더보기
농도 짙은 밤 지나친 늦잠 덕에 잠못 이루는 밤, John Mayer를 들으며 밀린 2009년의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쓰다가 문득 떠오른 옛사람에게 연락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물밀 듯 찾아온다. 하지만 연락할 수가 없다. 그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날 리가 없다. 외우지 않았다. 심지어 외우려 하지도 않았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나에게도 언젠가 네게 상처받게 되거나 상처주는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렇게 말해도, 생각해도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안다. 그러니까 더더욱 나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하게 될 후회라면 무엇이든 하고 후회하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그게 낫다는 걸 이제는 아니까. 가끔 아니, 늘 .. 더보기
"당신은 뭐가 되고 싶나요?" 어른(아, 난 아직 어른이 아니지), 아니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질문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넌 뭐가 되고 싶어?", 라는 질문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키워 왔던 꿈을 잃게 되었을 때부터, 물론 그것이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한 것일지라도(타의도 아예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나는 방황을 해 왔다.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없이 살아 왔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나다. 2009년 달력도 이제 한 장이 남았고, 이십여 일이 지나고 나면 나는 스물여섯이란 나이가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이번달 12월 31일이 되었을 때, 온연한 스물다섯의 내가 되는 것이고, 내년은 또 온연한 스물여섯이 되기 위해 열두 달을 달려야겠지(귀찮으니까, 만으로 세는 건 패스). 여하튼 그런 내게 최근, 조금.. 더보기
25 당신의 말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어. 순간, 우리에게 찾아온 정적을 당신은 느꼈을까. 우리에게 내년 같은 건 있을 리가 없다고, 우리에겐 당장 내일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당신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나는 기쁘면서도 조금 슬펐어. 더보기
분실을 위한 향연 나는 분실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나마저 잃어버릴까, 두렵다. 이외수는 말했다. 겨울은 담백한 계절이라고. 그리하여 나무들도 점점 담백해지고 있다. 몸의 군더더기들을 떨쳐내고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만 남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것을 떨쳐내야 하는 것일까. 어떤 것을 잃어버려야 하는 것일까. 아침에 문득 생각했다. "추억은 아무런 힘도 없어요.", 라고 말했던 김삼순.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고 노래했던 이소라. 그리고 끝까지 추억과 기억을 구분하고 싶은 나. 붙들고 싶은 기억과 잊고 싶은 추억. 더보기
혼자만의 시간 혼자서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한다. 나란 존재마저 잊고,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을 만끽,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전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방법. 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절실한 요즘. 쓰러지지 않으면 다행. 더보기
kitchen 가능하면 나는 햇살이 풍부한 집에서 살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만큼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비 오는 날, 급하게 보러 갔던 이 집을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계약을 했다. 그리고 이사를 오고 나서 땅을 치며 후회를 했다. 우리집은 북향 집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남향 집에서만 살아온 내게 한낮에도 어두침침한 이 집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집을 구한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닐 때부터 나는 주방에 볕이 드는 집을 구할 거라고, 흰색 타일을 붙일 거라고 그리고 싱크대는 꼭 넓은 걸 구할 거라고 떠들었었는데 결국 나의 주방은 햇살은 어쩌다 한 번 들까말까에 타일은 녹색이며, 싱크대는 엄청 좁다. 일본에서 싱크대가 좁은 게 스트레스였는데, 이 집 역시 좁았다. 게다가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하나. 일본.. 더보기
수채화 내가 미술 중에서 가장 못 했던 것은 수채화였다. 성격이 급한 나. 물감이 마르고 덧칠을 해야하는데 마르기도 전에 덧칠을 하곤 했던 나. 물감은 떡이 지고, 농도 조절에 실패해서 종이는 찢어지기 일쑤고. 하지만 내게 시간적 여유가 허락된다면 나는 미술학원을 다니고 싶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