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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의 고양이

도쿄.東京.Tokyo. 사이타마와 도쿄의 경계, 아라카와. 더보기
행복했던 순간 나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해. 휴일. 옥수수 수프를 전자렌지에 덥히고, 며칠 전 사온 도넛을 살짝 데워놓고 막 먹으려던 찰나 '철컹'거리던 우체통 소리. 어떤 광고지일까 궁금해하며 나가본 현관에는 네게서 온 편지. 기뻐서 울어본 적 그때 말고도 꽤 있었겠지만, 난 정말 그때만큼 기뻤던 날이 없었던 것 같아. 일본에 있던 나날들 중 그 어떤 날들보다도 행복했던 날이었어. 편지를 읽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네게 답장을 썼었지. 지금은 뭐라고 썼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마 그때 나의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을 거야. 너 내 편지를 읽으면서 느꼈을까, 그날의 내 기분. 아직도 너를 나의 소울 메이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너의 무심함조차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 더보기
도쿄.東京.Tokyo. 그리스에는 혼자 갈 생각이다. 그곳에서 난 조르바처럼 살 것이다. 도쿄. 東京. Tokyo. 그곳에서는 어떻게 살았던가. 사실, 도쿄도 혼자가 어울리는 도시다.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곁에 친구가 있었고, 또 여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당신과 함께 도쿄에 가고 싶다. 충동적으로 급작스레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가는 것마냥, 도쿄에 가고 싶다. 누구가 됐든 도쿄에 가자고 말을 꺼내면 서로 군말 없이 여권만 챙겨서, 그렇게, 그렇게. 어디서든 우린 그저 함께이기만 해도 좋을 테지만, 도쿄에서 각자의 장소에서 각자 배회한다고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게 도쿄는 배회의 도시였고 외로움의 장소였지만, 또 동시에 추억의 도시이고 영원한 짝사랑의 도시. 그곳을 우리가 함께 거닐고 함께 .. 더보기
잘 익은 필름 카메라 안에서 필름이 잘 익었다. 아니, 너무 익어버린 걸까? 1년여 만에 토이 카메라에서 필름을 뺐다. 필름이 들어있던 카메라가 토이 카메라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유럽과 일본을 다니면서 X선을 많이 통과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애초에 2007년에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사둔 필름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고. 여하튼 덕분에 나의 일본에서의 추억이 훨씬 더 오래전 일인 것만 같아서, 사진의 색처럼 나의 기분도 묘해졌다. 더보기
여름 "한국 여름은 2년 만이에요." 실제로 한국 여름을 2년 만에 만끽하고 있다. 2007년 여름에는 유럽에 있었고, 작년에는 일본에 있었다. '그래봤자 여름'일지 몰라도, 적어도 내게 올 여름은 (매우) 특별하다. 많은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아직 기다리고 있다. 스물다섯 나의 여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