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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배

airport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다시 맨체스터공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비행기는 캔슬되어 있었고 다음 비행기는 2시간 후에나 있었다.
그런데 그 비행기마저 딜레이되어, 비행기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이륙했다.
11시가 넘어 히드로공항에 도착했다. 언더그라운드를 타고
엘리펀트앤카슬 역에 도착했을 때 1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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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chester Airport in Manchester(England)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저 시간들을 보냈을까.
먼저 런던에 도착해 있을 친구들과는 연락할 방도가 없었고,
이미 공항 안으로 들어와 버린지라 다시 밖으로 나가기도 귀찮았던 것 같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난 무얼 했더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 보니 애들과 잠깐 통화했던 것도 같다. 비행기 캔슬과 딜레이 소식에 대해.
그러니까 그 늦은 시각, 역 앞까지 나를 마중 나온 거겠지.


요즘 나는 공항 사진을, 비행기 사진을, 비행기 창밖의 풍경 사진을 찍고 싶다.
이 현상은 아무래도 필리핀 여행이 무산된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오랜만에 비행기 탄다고 들떴던 게 분명하니까.
자리까지 다 지정해 놓은 상태였으니, 내가 이러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아무래도 저 시간이 무척 그립기 때문인 것 같다.
혼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무얼 하며 보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저 시간이, 나는 그리운 것이다.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으로 가득 찬 낯선 공간에서, 오롯이 혼자 보낼 수 있었던 시간.


공항철도나 타러 갈까.